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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의 세사필담] 게임에 참여하실래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무장 해제된 아침 시간, 조간신문 어느 기업 광고에서 마주친 영희의 눈동자였다. 아, 영희! 어린 시절 그 추억의 영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거다. 참여하실래요? 빚더미를 안고 사느니 차라리 생명 베팅이라도 해서 기회를 찾으라는 유혹이 넘실거리는 세상, 게다가 추억의 영희가 손짓하며 오라는데. 쿵 소리를 내며 마음의 문이 닫혔다. 영희의 눈초리에 걸려들지만 않는다면,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다가 정신만 바짝 차리면 일확천금을 손에 쥘 수 있는데, ‘한번 해봐?’하는 요행심을 물리칠 사람이 얼마나 되랴. 오랜 적대 정치의 끝판 비상계엄국민을 망국 시나리오에 빠뜨려조악한 기계로 변신한 정치인들개헌 폭풍 일으켜 책임 추궁해야 그래, 영희와 손잡고 놀던 그땐 세상이 온통 지뢰밭인 줄 몰..

관심사/세상 2025.02.18

보수강경파, 노선과 이념 어떻게 볼 것인가? [민경우의 운동권 이야기]

[데일리안 = 데스크] 지난 12.3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래 보수파가 대결집하고 있다. 이 중 상황을 주도한 것이 보수세력 중 강경파이다. 20~30대 남자들은 아직은 보수강경파와 보조를 맞추고 있고 온건 보수 또한 큰 틀에서 보수강경파에 동조하고 있다. 여기서는 보수강경파의 노선과 이념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가장 결정적인 특징은 현 정세, 지금의 국면을 체제이념 전쟁·내전으로 보는 점이다. 체제이념의 관점에서 정치세력을 평가한다면 다음의 네 가지가 지표가 될 수 있다. 각각 자본주의냐 사회주의인가, 친미인가 친북인가, 민주공화국인가 독재인가, 반중인가 친중인가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사회주의를 지지하느냐고 물으면 거의 100% 사회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이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

관심사/세상 2025.02.18

[뉴스룸에서] 헌법재판소를 떠받치는 무덤들 [펌]

헌법이 철학에 가까운 보편적인 개념들을 규정하는 만큼, 헌법재판소의 결정(판결)은 일반 법원보다 직관적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낙태죄의 위헌 여부는 시대 흐름과 가치관에 크게 좌우되며, 법률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나름의 논리를 펼칠 수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등이 비법조인에게 재판관 자격을 개방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 한국에서도 같은 요구가 있어왔다.사실 나는 우리 헌재의 여러 ‘기념비적 결정들’에 시큰둥하곤 했다. 합리적 상식을 가진 평균의 국민이라면 대부분 그렇게 결정했을 것인데, 그 위치에 있다는 것만으로 재판관들을 ‘영웅’으로 보는 것이 과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또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들도 꽤 있어서, 헌재의 역할은 늘 ‘그저 그런’ 최소한의 상식을 풀어내는 수준으로 보였다.하지만 비상..

카테고리 없음 2025.02.14

예술 한계 넓힌 ‘현대미술의 황제’ 피카소의 명언들

‘20세기 가장 위대한 예술가’, ‘시대를 뛰어넘은 천재’, ‘현대미술의 혁명가’ 이러한 찬사는 파블로 피카소(1881~1973)에게 바쳐진 것이다. 그는 어떻게 신화적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답은 그가 남긴 말속에 있다. 피카소의 명언을 통해 그가 이룬 성공 비결을 찾아보자.첫 번째 명언. “가난한 사람처럼 사는 부자가 되고 싶다.”이 말은 이른 성공과 막대한 부를 축적한 피카소의 상황과는 상반되는 표현이다.피카소는 9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예술가였다. 피카소의 전기작가 롤런드 펜로즈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예로 들었다. “피카소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연필로 그린 데생이나 심지어 낙서조차 황금으로 변했다. 1945년 피카소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 집 한..

관심사/사람들 2025.02.10

[시인의 詩 읽기] 간결하고 아름다운 걸음

이 시는 ‘새는 왜 내 입안에 집을 짓는 걸까’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시집에 실려 있다. 시집 전체에 길·숲·논·새·나무·계절이 가득 담겨 있다. 마음이 답답할 때 어느 페이지든 펼쳐 읽으면 탁 트인 자연을 누비며 바람과 함께 걷는 기분이 든다.이 시에는 어려운 단어나 난해한 표현이 없다. 시의 쉽고 순한 속성은 ‘걷기’와 비슷하다. 걷기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이지만 병상에 있다보면 새삼 걷는 일의 놀라움을 알게 된다. 몸을 바로 세우고 팔다리를 흔들며 나아가는 일! 걷고 싶을 때 걸을 수 있다는 건 기적이다. ‘쉽고도 아름답게 쓰인 시’를 보면 감탄하게 된다. 간결한 아름다움은 최상의 것이기 때문이다.시인은 걷는 사람을 천천히 사랑하는 사람, 시간을 가만히 멈추게 하는 사람, 걸음이 뒤로 밀리..

관심사/시 2025.02.10

연초마다 모였다 해산… 100인 남성들의 즐거운 합창

코랄하우스 남성축제합창단15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가곡·가요·오페라·성가곡 무대 ‘자발적인 참여와 해산’으로 주목받는 프로젝트 합창단인 ‘코랄하우스 100인 남성축제합창단’이 오는 15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한 번째 합창 축제를 펼친다. (사)숭인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하는 제11회 정기 연주회 제목은 매년 그랬듯 ‘행복한 남성들의 즐거운 합창’으로 정했다.코랄하우스 100인 남성축제합창단은 매년 초 자발적으로 모여 10회 남짓 연습하고 1월 말이나 2월 초에 연주회를 가지고 해산하는 축제합창단으로 올해는 90명이 넘는 단원들이 모여 무대를 꾸민다. 2012년 처음 시작했고, 부산시립합창단의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김강규가 지휘를 맡고 있다. 피아노는 고신대 권준 교수가 연주한다.올해 공연은 △한..

일상/합창 2025.02.10

겨울강

마른 갈꽃 흔들며 겨울이 우는 소리홀로 찾아와 듣는 이 누구인가푸르게 흐르는 저 강물처럼세월도 그렇듯 흘러갔거니 쓰러진 물풀 속에 길 잃은 사랑하얗게 언 채로 갇혀 있구나  그 어느 하루 떠나지 못한 나룻배엔어느 나그네의 부서진 마음인가소리 없이 눈은 내려 쌓이는데언 하늘 마른 가슴 휘돌아 또 다시 떠나는 바람의 노래나그네 홀로 홀로 서서 듣고 있구나

관심사/애창곡 2025.02.10

[공감] 우리 곁의 문학, 부산의 장소들

어떤 장소가 어느 날 불현듯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때가 있다. 그건 아마도 그 장소와 연관된 기억 때문일 것인데 보통은 사랑이나 우정의 추억인 경우가 많다. 작가들이 기억하는 부산의 장소들 역시 그러하다. 이즈음,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부산의 장소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해 가을부터 매달 첫 주를 제외한 토요일마다 부산 작가의 책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개하고 있다. 덕분에 그동안 일상의 공간으로만 여겼던 부산의 장소들이 인상적인 문학 작품 속 그곳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불과 커튼을 샀던 부산진시장은 이제 손택수 시인의 시 ‘지게體’를 떠올리는 장소가 되었다. ‘부산진 시장에서 화물전표 글씨는 아버지 전담이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아버지가 시장에서 대접을 받은 건/ 순전히 필체 하나 ..

관심사/책 2025.02.07

지게體 / 손택수(1970~)

부산진 시장에서 화물전표 글씨는 아버지 전담이었다초등학교를 중퇴한 아버지가 시장에서 대접을 받은 건순전히 필체 하나 때문이었다전국 시장에 너거 아부지 글씨 안 간 데가 없을끼다 아마지게 쥐던 손으로 우찌 그리 비단 같은 글씨가 나왔겠노왕희지 저리 가라, 궁체도 민체도 아이고 그기진시장 지게체 아이가숙부님 말로는 학교에 간 동생들을 기다리며집안 살림 틈틈이 펜글씨 독본을 연습했다고 한다글씨체를 물려주고 싶으셨던지 어린 손을 쥐고자꾸만 삐뚤어지는 글씨에 가만히 호흡을 실어주던 손손바닥의 못이 따끔거려서 일찌감치 악필을 선언하고 말았지만일당벌이 지게를 지시던 당신처럼 나도펜을 쥐고 일용할 양식을 찾는다모이를 쪼는 비둘기 부리처럼 펜 끝을 콕콕거린다비록 물려받지는 못했으나 획을 함께 긋던 숨결이 들릴 것도 같다..

관심사/시 2025.02.07

비상계엄 그날을 직시해야 하는 건 尹대통령이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이 있었던 그날 밤을 두고 4일 헌법재판소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여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도 "의회 독재로 국정이 마비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무거운 책임감으로 비상계엄 조치를 했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101쪽의 검찰 공소장에는 대통령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할 내용이 가득 차 있다. 여전히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대한 막연한 기대, 양극화된 정치 현실에서 외눈박이가 된 진영 논리에 갇혀 그날 밤의 진실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한밤에서 새벽으로 이어지는 짧은 기간, 계엄 선포에서 해제까지 이어졌고, 유혈사태 등의 참극은 피했으며, 이후 극적인 상황 전개 속에 당시 일은 제대로 조명..

관심사/세상 202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