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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거리두기]자제하지 못하는 권력의 광기

동트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암흑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찾을 때 이 속담은 종종 인용된다.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야 할지 두렵기만 하고 아무런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어둠을 몰아내고 세상을 다시 밝힐 한 줄기 희망을 간절히 바란다. 칠흑 같은 밤이 드리웠다는 것은 어떤 돌파구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장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이 속담에서 위로와 희망의 빛을 보지만, 그 이면에는 쉽게 지울 수 없는 절망과 비관의 기운이 숨겨져 있다. 낮고 짙게 드리운 구름 때문에 새벽인데도 동이 트지 않을 수 있다. 상황이 악화하면, 자기 위로의 이 말은 결국 헛된 희망으로 자기를 기만한다. 동이 트지 않을 수도 있다. 어둠을 몰아낼 어떤 빛도 존재..

관심사/세상 2025.02.05

[이준희 칼럼] 윤석열과 이재명, 유승민과 김부겸

계엄사태 극복의 출발점이 윤석열(대통령) 지우기임에도 온 나라가 그에 쥐어 잡혀있다. 윤은 고개를 곧추세우고, 지지자들은 여전히 기세등등이다. 희망을 말할 수 없던 설 명절은 어둡고 우울했다. 어쩌자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국격과 선진국민의 자긍심을 순간에 결딴낸 그를 대통령으로 다시 되돌리자는 건가. 윤 옹호론의 골격은 ‘야당의 입법독재가 계엄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이 명제는 야당의 탄핵·특검 남발이 국헌문란 내란이고, 이에 맞선 윤의 계엄은 대통령의 국헌 수호 책임을 이행한 것으로 확장된다. 계엄은 실패했어도 최소한 국민계몽 역할은 해냈으므로 윤은 내란수괴가 아니라 구국의 영웅이다. 사실을 이렇게까지 전도시키면 안 된다. 집권 이래 윤이 부인 문제에서부터 인사 전횡 정책 무능에 이르기까지 독선과 불통..

[시인 특집] 황인찬 “한 번에 읽히는 시가 좋다”

공감을 한다는 건 ‘난 이걸 알아’라는 태도잖아요. 그러면 생각은 거기에서 멈춰요. 어떤 생각을 새롭게 만들어내지 못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시의 자리는 공감의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생각을 만들어내려면 ‘이게 내가 알던 건가? 내가 알던 게 이게 맞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생경함의 자리, 놀라움의 자리로 가야 되는 것 같아요.글ㆍ사진 임나리 / 2015.11.17 * 출처 : 채널예스 https://ch.yes24.com/Article/Details/29479 [시인 특집] 황인찬 “한 번에 읽히는 시가 좋다” | 예스24 채널예스공감을 한다는 건 ‘난 이걸 알아’라는 태도잖아요. 그러면 생각은 거기에서 멈춰요. 어떤 생각을 새롭게 만들어내지 못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시의 자리는 공감의 반대..

관심사/시 2025.01.29

예언자 / 황인찬

차를 마시고 싶어서 찻잔을 만지려다 연거푸 실패했다 그리고 나는 알아차린 것이다 찻잔이 죽어 버렸다는 것을눈이 많이 내리는 저녁이었다두 사람은 다정하고, 두 사람은 충분하다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그 사람을 안아 줘야지, 나는 생각했지만 그러다 알아차린 것이다눈이 많이 내리는 저녁이었다는 것을교회에 갔는데 광목으로 두 눈을 가린 이가 있었다내가 올 줄을 알았다고혼자서 눈밭을 걸었다눈이 많이 내리는 저녁이었고,나는 알아차렸다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출전 : (민음사) 시를 배달하며 어떤 자각과 예지는 삶이라는 광대놀음을 뚫고 어느 순간 갑자기 들이닥치지요. 자각과 예지가 오는 찰나는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적 현현(顯現)의 순간이겠지요. 사물과 의식이 돌연 환해지는 그때가 눈이 많이 내리는 ..

관심사/시 2025.01.29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1936. 4. 6~2024. 5. 22)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 소리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집 뒤 감나무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시인이 1988년 발표한 시. 일정한 형식이 없는 자유시의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 부제는 "이웃의 한 젊은..

관심사/시 2025.01.29

식생 / 황인찬 (1988~ )

새의 눈으로 새 한 마리를 보았다 까만 몸체에 빨간 머리가 아주 예뻤다네 이름은 뭐니? 그건 어떻게 읽는 거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요 새는 그렇게 말해 주었다나는 새의 이름을 왼쪽으로부터 오른쪽으로 읽어 나갔다 새의 목소리로 그렇게 했다 이곳에서 새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류 감각생물학 연구에 평생을 바친 학자들이 있다. 이들 덕에 조류의 감각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새는 자외선을 보고, 반향정위 능력이 있고, 지구 자기장을 감지한다는데 사람에겐 없는 감각들이다. 홍학은 수백㎞ 밖에서 내리는 빗방울 소리를 감지해 산란을 위한 임시 습지가 생겼음을 안다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질 만하다.새들은 얼마나 경이롭고 사랑스러운가. 시인은 새의 눈으로 새를 보고, 새의 목소리로새의 이름을 읽어나간다. 마침 『새의 ..

관심사/시 2025.01.29

대통령의 심리를 알고 싶다 [펌]

“윤석열 대통령의 심리를 설명 좀 해주실래요?” 4700여명의 군경을 동원하고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단순히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둘러대는 대통령을 기막혀하던 한 대학원생의 질문이었다. 법적 책임을 회피 않겠다고 국민과 약속한 대통령이 온갖 ‘법 기술’을 발휘하며 버티는 모습을 보다 못해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도 똑같이 물어 왔다. 아무리 상담학 교수라도 대통령과 대화 한 마디 못해 본 내게는 버거운 질문이었다.언론을 통해 관찰한 그의 행태로만 짐작해본다.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증상을 보면 ‘병리적인 나르시시스트’에 가깝다. 자기애성(narcissistic) 성격장애의 핵심 증상은 자기 자신을 과대하게 확장하는 특징을 가진다. 내가 하는 일이 언제나 옳다. 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

관심사/세상 2025.01.25

양극화와 음모론, 그리고 폭동 [펌]

2021년 미국과 2023년 브라질의 폭동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①모두 현직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자 벌어진 일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가 확정되는 날 의사당에 난입했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은 군부대에 몰려가 선거 결과를 뒤집는 쿠데타를 촉구하다 대통령궁을 점거했다. ②이들은 선거가 조작됐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극우 단체 큐어넌이 집대성한 ‘딥 스테이트 음모론’(비밀조직 딥 스테이트가 미국을 전복하려 선거 부정을 획책한다는)을, “소스코드를 내놓으라”며 정부 청사를 헤집고 다닌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전자투표 음모론’(전자 투개표 시스템에 디지털 조작이 이뤄졌다는)을 신봉했다.③이런 음모론은 극심한 정치 양극화 토양에서 세를 불렸다. 당시 미..

관심사/세상 2025.01.25

열린 사회와 관용의 역설 [펌]

1910년대 1차대전은 인류에게 전쟁의 가공할 참혹함을 뼈저리게 각인시켰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후 세계는 더욱 거대한 참화인 2차대전에 휘말렸다. 엄청난 규모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전쟁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듯 보였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쟁을 권력과 이권 유지의 수단으로 삼는 세력이 있으며, 역사는 비슷한 참상이 반복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20세기 전반기는 전체주의가 지배한 시대였다. 파시즘, 나치즘, 스탈린주의 같은 극단적 이념이 대중을 현혹하며 등장했다. 이 사상들은 하나같이 순정하고 영원한 유토피아를 약속했지만, 혐오와 배척을 조장해 사람들을 전쟁으로 내몰았다. 전체주의 선동가들은 대중을 조작하고 서로 적대하게 만들었으며, 그 끝은 처참한 전쟁과 끔찍한 학살이었다. 광기의 소..

관심사/세상 2025.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