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7

진실로 좋다 / 천양희

노을에 물든 서쪽을 보다 든다는 말에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들어 든다는 말이진실로 좋다 진실한 사람이 좋은 것처럼좋다 눈으로 든다는 말보다 마음으로든다는 말이 좋고 단풍 든다는 말이시퍼런 진실이란 말이 좋은 것처럼좋다 노을에 물든 것처럼 좋다 오래된 나무를 보다 진실이란 말에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들어 진실이란말이 진실로 좋다 정이 든다는 말이 좋은것처럼 좋다 진실을 안다는 말보다 진실하게산다는 말이 좋고 절망해봐야 진실한 삶을안다는 말이 산에 든다는 말이 좋은 것처럼좋다 나무그늘에 든 것처럼 좋다 나는 세상에 든 것이 좋아진실을 무릎 위에 길게 뉘었다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2011)  좋다라는 느낌은 상대적이면서 추상적입니다. 우리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에만 날씨가 좋다고 말하지 않..

카테고리 없음 2025.03.15

행복 / 심재휘(1963~)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삼월처럼 흔들리며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젊음에 대고아니다 아니다 후회했다 매일이 보람차다면힘겨워 살 수 있나 행복도 무거워질 때 있으니 맹물 마시듯의미 없는 날도 있어야지잘 살려고 애쓰지 않는 날도 있어야지 시집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2022) 중에서 행복은 노력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면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떤 일의 결과가 몹시 좋아서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우려면 얼마나 열심히 일해야 할까요. 그렇게 보람찬 하루가 계속된다면 또 얼마나 힘들까요. 그래서 어떨 땐 ‘가끔 쉬어가도 괜찮다’는 말이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카테고리 없음 2025.03.12

사라지지 않으니까 / 구성연

영원을 바라지만 무릇 영원한 것이란 없다. 생태와 환경이 전 지구의 화두인 지금, 잠깐이기를 바라지만 영원처럼 길어서 문제인 것은 많다. 특히 플라스틱. 수집광인 사진가 구성연은 유별나게 녹색을 좋아한다. 이미 2008년도에 동료 사진가 윤정미가 구성연의 녹색 수집품들을 죄다 늘어놓고 ‘성연과 성연의 초록색 물건들’이라는 사진을 찍었을 만큼. 어느 날 그런 구성연의 눈에 길거리에 버려진 예쁜 녹색 플라스틱병이 들어왔다. 이 병들은 팔리기 위해 그럴싸하게 디자인되었을지라도 쓸모를 다한 뒤로는 오랫동안 쓰레기로 살아갈 터였다. 특유의 수집벽과 안목을 지닌 구성연의 새로운 작업은 그 순간부터 비롯됐다.작가는 버려진 녹색 플라스틱에서 가느다랗고 여린 난초잎을 탄생시켜 모래 위 바위틈에서 피워낸다. 자세히 들여다..

관심사/사람들 2025.03.09

늑대에겐 먹이를 줘야 하고, 양은 보호해야 한다

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더 어렵다. 트럼프와 젤렌스키 간 백악관 정상회담의 파국이 그걸 잘 보여주었다. 외교 참사의 표면적인 이유는 양국 정상 간의 대화가 설전으로 바뀐 것에 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트럼프가 종전 협상에서 푸틴의 편에 서면서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이라는 이익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미국 정치학 교수인 폴 대니어리가 쓴 책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차가운 결별에서 참혹한 전쟁으로』는 러-우 전쟁의 원인을 포괄적으로 분석하면서 바람직한 종전 방안을 모색했다. 이 책은 전 우크라이나 대사인 허승철 고려대 교수가 번역한 것으로 종전의 외교 철학으로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한 문구를 인용한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늑대는 먹이를 주어야 ..

관심사/세상 2025.03.09

봄의 정치 / 고영민 (1968~)

봄이 오는 걸 보면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생각이 든다봄이 온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생각이 든다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졌다얼음이 풀린다나는 몸을 움츠리지 않고떨지도 않고 걷는다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만으로도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생각이 든다 몸을 지나가도 상처가 되지 않는 바람따뜻한 눈송이들지난겨울의 노인들은 살아남아하늘을 올려다본다 단단히 감고 있던 꽃눈을조금씩 떠보는 나무들의 눈시울찬 시냇물에 거듭 입을 맞추는 고라니나의 딸들은새 학기를 맞았다 -시집 〈봄의 정치〉(2919) 중에서 계절 중에서는 봄에만 ‘새’라는 접두사가 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없었던 봄이 새로운 봄이 오고 있습니다. 봄에 참여하는 생명들처럼 따듯해진 밖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인의 생각처럼 생각만으로도 나..

관심사/시 2025.03.05

“개헌없이 대선 치를땐 증오의 정치 반복”...한국 원로 사회학자의 고언

지난해 12·3 비상계엄에서 촉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헌법재판관들의 평의와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달 중 탄핵소추를 인용할 경우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 맞춰 곧장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선다. 정치권의 행보는 더 빠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일부 의원들에게 예상 경선 일정을 공유했다고 알려졌으며, 여당의 대권주자들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발언을 밝히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사회학자인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는 이 같은 조기 대선 전환 국면에 우려를 표했다. ‘적대 정치’로 망가진 현행 정치제도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지난 12·3 계엄으로 한국 민주주..

관심사/세상 2025.03.04

우리는 다시 윤석열을 뽑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박세열 칼럼] '민주주의'로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시대에 우리가 겪은 윤석열 시대 3년은 어느 정도 안착됐을 것이라고 간주돼 왔던 민주주의의에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던 시점과 맞물려 있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민(民)'이 '주(主)'가 되는 것이다. 그리스어로는 demos(민중)와 cratos(지배)의 결합(democracy)이다. '민'의 결정이 때론 옳지 않아 보여도, 그것은 시스템과 제도에 대한 공통의 믿음을 토대로 '절대 선'이라 간주된다. 시스템을 의심할 순 있지만, 그 시스템 자체를 부인하지 말자는 게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합의다. 지금 세계 곳곳의 민주주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현대 민주주의를 발명한 미국, 프랑스와 같은 곳에서 민주주의가 흔들..

관심사/세상 2025.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