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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좋다 / 천양희

너럭바위 一石 2025. 3. 15. 15:53

노을에 물든 서쪽을 보다 든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들어 든다는 말이

진실로 좋다 진실한 사람이 좋은 것처럼

좋다 눈으로 든다는 말보다 마음으로

든다는 말이 좋고 단풍 든다는 말이

시퍼런 진실이란 말이 좋은 것처럼

좋다 노을에 물든 것처럼 좋다

 

오래된 나무를 보다 진실이란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들어 진실이란

말이 진실로 좋다 정이 든다는 말이 좋은

것처럼 좋다 진실을 안다는 말보다 진실하게

산다는 말이 좋고 절망해봐야 진실한 삶을

안다는 말이 산에 든다는 말이 좋은 것처럼

좋다 나무그늘에 든 것처럼 좋다

 

나는 세상에 든 것이 좋아

진실을 무릎 위에 길게 뉘었다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비, 2011)

 

 

좋다라는 느낌은 상대적이면서 추상적입니다. 우리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에만 날씨가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작은 손으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막 유치원 앞마당으로 나온 아이들에게는 바람 부는 날이 좋은 것이고 풍경 사진을 찍을 때는 조금 흐린 날이 좋은 것입니다. 묵은지를 씻어 김치전을 부칠 때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 좋을 테고요. 좋다라는 느낌은 수많은 이유로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이고 그러니 매번 이유를 찾을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좋으면 그냥 좋아하면 되고 더 좋으면 참 좋다 하고 진실로 말하면 되는 것입니다.

 

박준 시인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53/0000050935?sid=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