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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 임원묵

여럿 잘린다고 하지만나와 상관없는 일이니까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목례만 하기로 했다 괜찮다고 말하면정말 괜찮아지곤 했는데배가 부르다고 중얼거려도허기는 채울 수 없었으니까 속일 수 있는 건내 마음이 전부였다 견딜 수 없는 일들은마음에 담아 두었다가사흘쯤 앓고 나면열이 내렸다 선명한 진실을 담았다가흰 꿈을 함부로 앓으면자국이 남기도 했는데보이지 않는 곳이니까 오전 출근을 준비하며거울 속 옷깃을 정돈했다집은 고요했고 나는괜찮은 것 같았다 -임원묵 시집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에서 출처 : https://v.daum.net/v/20241025040511160

관심사/시 2024.10.25

우분투(줄루어: Ubuntu)

우분투(줄루어: Ubuntu)는 사람들간의 관계와 헌신에 중점을 둔 윤리 사상이다. 이 말은 남아프리카의 반투어에서 유래된 말로, 아프리카의 전통적 사상이며 평화운동의 사상적 뿌리이다. 남아프리카 성공회 대주교인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에 의하면 옮겨 쓰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뜻이 있다고 한다. ◎ 넬슨 만델라는 우분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옛날에 우리가 어렸을 적에 여행자가 우리 마을에 들르곤 합니다. 여행자는 음식이나 물을 달라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들르기만 하면 사람들이 밥상에 음식을 차려주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분투의 한 측면이고, 다양한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우분투는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일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분 주변의 공동체가 더 나아지..

일상/마음공부 2024.10.23

별 / 이상국(1946~ )

큰 산이 작은 산을 업고놀빛 속을 걸어 미시령을 넘어간 뒤별은 얼마나 먼 곳에서 오는지 처음엔 옛사랑처럼 희미하게 보이다가울산바위가 푸른 어둠에 잠기고 나면너는 수줍은 듯 반짝이기 시작한다 별에서는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별을 닦으면 캄캄한 그리움이 묻어난다별을 쳐다보면 눈물이 떨어진다 세상의 모든 어두움은너에게로 가는 길이다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1998) 중에서 어둠이 얼마나 짙고 고요해져야 ‘푸른 어둠’이 될까? 어둠이 푸름으로 뒤덮여 천지가 아름다워졌을 때 별은 ‘수줍은 듯 반짝이’며 돋아난다. 그 놀라운 변동에 ‘캄캄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떨림을 느낄 수 있고, ‘눈물이 떨어지는’ 충격을 맛볼 수 있다. 그때 푸른 어둠은 별을 비롯한 우주 전체를 살아있게 만드는 질료다. 이 모든 ..

관심사/시 2024.10.23

중국, 만리장성 길이 “2만 1196 킬로미터”

https://v.daum.net/v/20241023095442944 중국, 만리장성 길이 “2만 1196 킬로미터”[앵커] 중국 전문가들이 십수년 간의 정밀 측량을 한 결과, 만리장성의 정확한 길이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리포트] 중국인들이 '창청'으로 부르는 만리장성. 창청의 정확한 길이는 정말 만 리일v.daum.net  중국에서 2016년 발표된 자료인데 KBS는 이제사 뉴스로 다룬다. 웃기는 일 https://www.archcy.com/news/hotnews/a45b69c0100c2692 国家文物局揭秘:中国长城总长21196千米 -- 建筑畅言网国家文物局揭秘:中国长城总长21196千米 今年以来,河北怀来男子破坏长城砖墙、辽宁绥中长城修缮(“最美野长城”被抹平)、山西山阴“月亮门”长城坍塌等都引发社会高度关注。国人..

강인한 (姜寅翰, 동길東吉)

1944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동길東吉이다. 전북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이상기후』, 『불꽃』, 『전라도 시인』, 『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 『황홀한 물살』, 『푸른 심연』, 『입술』, 『강변북로』, 『튤립이 보내온 것들』, 『두 개의 인상』,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시선집 『어린 신에게』, 『신들의 놀이터』, 시비평집 『시를 찾는 그대에게』 등을 써왔다.37년간 중고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2004년 2월 명예퇴직하고,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 주간으로 있다. 참다운 우리 현대시의 길을 제시하기 위한 적극적인 모색의 방법으로 인터넷 카페 [푸른 시의 방]을 2002년에 개설하여 현재까지 ..

관심사/시 2024.10.20

상아가 사라지는 모잠비크 / 강인한(1944~ )

초식동물에게도산다는 것은 본능,적응하는 건 삶의 수단이다.아가야,옛날 코끼리들에겐 길고 아름다운어금니가 있었단다.소름 끼치는 죽음의 놀이터그 불쏘시개로 필요한 상아.상아가 아름다워서 죽어야 하는코끼리가 얼마나 많았는지.그래서란다.어금니 없이 태어나는 모잠비크의 코끼리아가야,상아가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그 슬픈 행복을 너는 아는 거니?상아가 사라지는 모잠비크 아프리카 모잠비크 코끼리에게 상아가 있었다는 것은 옛날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내전과 밀렵, 그 “소름 끼치는 죽음의 놀이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이 상아를 더 이상 자라나지 못하게 했다. 맹그로브 숲속 바오바브나무들이 울창하던 곳에서 평화롭던 코끼리들은 “상아가 아름다워서 죽어야” 했다. 밀렵꾼들은 아기 코끼리가 보는 앞에서 코끼리의 얼굴을 전기..

관심사/시 2024.10.20

눈물은 공평하다 / 강영

경기가 끝났을 때 승자도 패자도눈물 흘렸다. 땀으로 얼룩진 표정을 닦는 척,수건에 감정을 파묻고꾹꾹, 목울대를 치받고 올라오는울음을 눌렀다. 양팔을 높이 쳐든 승자는메달을 가져갔지만텅 빈 손을 내려다보는 패자에게도메달은 있었다. 시간이라는 메달!승부는 다만 순간 속에 녹여낸 사물일 뿐 딱딱한 기쁨을 목에 걸었다고시간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물컹한 슬픔을 손에 쥐었다고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안다.그 공평함이 다시 걷게 한다는 것을 흐르지 않는 시간 있어눈물이 한 생을 완성하는 그때이슬처럼 영글게 하는 그 공평함이 신의 은총이라는 것을먼 길 걸어본 당신과 나는 안다. 강영은●1957년 제주 출생●2000년 계간문학지 '미네르바' 등단●시집 '나는 구름에 걸려 넘어진 적 있다' 등 발표 출처 : ..

관심사/시 2024.10.15

저녁 잎사귀 / 한

푸르스름한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밤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찾아온 것은 아침이었다한 백 년쯤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내 몸이커다란 항아리같이 깊어졌는데혀와 입술을 기억해내고나는 후회했다알 것 같다일어서면 다시 백 년쯤볕 속을 걸어야 한다거기 저녁 잎사귀다른 빛으로 몸 뒤집는다 캄캄히잠긴다한강(1970~) 소설가 이전에 시인이었던, 그녀가 ‘심장을 문지르’며 쓴 언어의 창고로 들어간다. 그 창고에서 오래된 가구의 서랍을 하나둘씩 열어본다. 시인이 넣어둔 ‘저녁’을 맨 아래 서랍에서 꺼낸다. 그 어느 날 저녁의 “잎사귀”를 펼쳐본다. 잎사귀의 “푸르스름한 어둠” 속으로 작은 벌레의 시간, 별들의 시간이 흐른다. 잎사귀는 땅속으로 떨어져 죽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한 백 년쯤” 시간이 흘렀을까. 시인..

관심사/시 2024.10.14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https://jaemisupil.com/recommended_writings/54215 詩 산책 -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1.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독(多讀)·다작(多作)·다상량(多商量), 곧 많이jaemisupil.com 1.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2. 재능 믿지 말고 열정을 믿어라3. 시마(詩魔)와 동숙할 준비를 하라4. 익숙하고 편한 것들과의 결별5. ‘무엇’을 쓰려고 하지 말 것6. 지독히 짝사랑하는 시인을 구할 것7. 부처와 예수와 부모와 아내를 죽여라8. 빈둥거리고 어슬렁거리고 게을러져라9. 감정을 쏟아 붓지 말고 감정을 묘사하라10. 제발..

관심사/시 2024.10.04

무인칭의 죽음 / ​최승호

뒷간에서 애를 낳고 애가 울자 애가 무서워서 얼른 얼굴을 손으로 덮어 죽인 미혼모가 고발하고 손가락질하는 동네사람들 곁을 떠나 이제는 큰 망치 든 안짱다리 늙은 판사 앞으로 가고 있다​ 그 죽은 핏덩어리를 뭐라고 불러야 서기(書記)가 받아쓰겠는지 나오자마자 몸 나온 줄 모르고 죽었으니 생일(生日)이 바로 기일(忌日)이다 변기통에 붉은 울음뿐인 생애,혹 살았더라면 큰 도적이나 대시인이 되었을지 그 누구도 점칠 수 없는​ 그러나 치욕적인 시(詩) 한 편 안 쓰고 깨끗이 갔다 세발자전거 한 번 못 타고 피라미 한 마리 안 죽이고 갔다. 단 석 줄의 묘비명으로 그 핏덩어리를 기념하자​ 변기통에 떨어져 변기통에 울다가 거기에 잠들었다   최승호(崔勝鎬, 1954년 9월 1일~ ) 시인 겸 대학 교수. 강원 춘천에..

관심사/시 202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