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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 김효근

조그만 산길에 흰눈이 곱게 쌓이면내작은 발자욱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내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때까지새하얀 산길을 헤매이고 싶소 외로운 겨울새 소리 멀리서 들려오면내 공상에 파문이 일어 갈길을 잊어버리오가슴에 새겨보리라 순결한 님의 목소리바람결에 실려 오는가 흰눈되어 온다오 저멀리 숲사이로 내마음 달려가나아 겨울새 보이지 않고 흰 여운만 남아있다오눈감고 들어보리라 끝없는 님의 노래여나 어느새 흰눈되어 산길 걸어간다오  https://www.youtube.com/watch?v=sBpuPzx6Ftw      https://www.youtube.com/watch?v=QYbndEp3Qmk  https://www.youtube.com/watch?v=70KFvxOUTiw

관심사/애창곡 2024.11.19

前轍을 밟다 / 前車覆轍 後車之戒

前轍은 앞에 가던 수레가 엎어진 바퀴자국이라는 뜻으로, 앞선 실패 사례나 앞 사람의 낙공을 거울삼아 경계하라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원래는 전차복철 후차지계( 前車覆轍 後車之戒)에서 왔으며, 답복철(踏覆轍), 답복차지철(踏覆車之轍), 전철(前轍)등이 비슷한 의미로 쓰는 말이다.​ 전한 5대 황제인 문제(文帝)때, 명신 가의(賈誼)는 많은 제도를 개혁하고 어진 정치를 베풀어 문제를 성군(聖君)으로 만든 인물이다. 그가 황제께 올린 글 가운데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속담에 앞서 가던 긴 수레가 엎어진 자국[前車覆轍]은 뒤를 따르는 수레를 위한 교훈[後車之戒]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약 진나라가 저지른 잘못을 피하지 않는다면 결국 전철(前轍)을 밟게 되는 것입니다. 국가의 흥망이 이에 달려 있음을..

관심사/상식 2024.11.18

물의 경전 / 오정환(1947~2018)

한 잔의 차가운 물단순한 목축임만일까 푸르른 하늘 뜻을 따르는저 순천한 강물도, 바다도끊임없이 소리쳐 외쳐대는 폭포도창문에 쏟아지는 소나기도비 그친 후 한 방울씩 듣는낙숫물 소리에도 해독할 수 없지만경건한 독경소리 스며있는 건 아닐까 바람에 일렁이며 햇살 받아 반짝이는저 황금빛 그림 글씨심오한 깨우침의 경전 아닐까 -시집 〈물의 경전〉(2018) 중에서 순리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 때쯤은 언제일까? 물같이 고요하고 담백하게 살아갈 수 있을 때는 얼마쯤의 정신적 수양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저 순천한 강물’이나 ‘소나기 낙숫물’ 속에서 ‘경건한 독경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경지는 어느 정도일까? 그리워라, ‘바람에 일렁이며 햇살 받아 반짝이는 저 황금빛 그림 글씨’. 언제나 마음의 갈증을 ..

관심사/시 2024.11.13

이병주 문학과 인문 클래식 <1> 프롤로그

니체·사마천·정약용…이병주 세계에 녹아든 고전을 탐하다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240311.22014002441&kid=k29817 니체·사마천·정약용…이병주 세계에 녹아든 고전을 탐하다조광수 전 한국아나키즘학회장(전 영산대 교수)이 쓰는 ‘이병주 문학과 인문 클래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나림 이병주는 동서양 인문 고전을 일찍부터, 오랜 세월,..www.kookje.co.kr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몹시 꾸짖는 문학문학평론가이자 민족문제연구소의 소장, 임헌영의 새로운 평론집이 출간되었다.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는 그 제목과 같이 정치 권력을 ‘몹시 꾸짖는’ 주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최인훈과 박완서, 이병주와 남정현, 조정래, 장용학 등 우리 문학에 커다란 획을 그은 대가들의 작품 중 ‘정치를 질타하는 문학’만을 다루었다. 한국문학의 산증인과도 같은 저자는 강렬하고 탁월한 문체로 작가론을 펼친다. 대중에게 익숙한 작가와는 마치 친구처럼, 낯선 작가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생생한 글로 구성하였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서 작가들은 한국사회의 질곡을 그들의 글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일제 식민지와 6·25동란, 분단 현실과 군사쿠데타를 거치며 우리 시대 문학은 무엇을 보고 어디..

관심사/책 2024.11.08

황제를 꿈꾸는 수인 / 이병주

https://www.minjok.or.kr/archives/114744 황제를 꿈꾸는 수인(1)[둘러보기] 황제를 꿈꾸는 수인(1) 임헌영 소장・문학평론가 1. 유폐된 황제의 사상 영하 20도라고 한다. 감방은 영락없이 냉동고다. 천장만 덩실하게 높은 이 비좁은 감방에 세 사람이 웅크리고www.minjok.or.kr https://www.minjok.or.kr/archives/115075 황제를 꿈꾸는 수인(2) – 마키아벨리와 사마천, 그리고 이병주[돌려보기] 황제를 꿈꾸는 수인(2) – 마키아벨리와 사마천, 그리고 이병주 임헌영 소장・문학평론가 3. 사마천으로서의 이병주 이병주를 작가가 되도록 만든 건 투옥인데, 감방에서 사마천을 만www.minjok.or.kr

폭포 / 이대흠(1968~ )

떨어진다는 것은부수어짐 이전의 나를 버리고다른 내가 된다는 것이다 삶의 여울을 돌아 나와세월의 무서운 속도에 몸을 맡기고 뒤돌아볼 겨를이 없다다시 살 수 없음이여 무서워 말라 상처를만나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그대 만난 나처럼 -시집 〈상처가 나를 살린다〉(2001) 중에서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부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자신을 부술 수 있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시인은 부수는 것이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숨, 그것이 재생 혹은 승화라고 확신한다면 누군들 그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많은 사람은 그리하지 못한다. 새로운 ‘나’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협소한 자신을 부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떨어진다는 것’이 헌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임을 온 영혼과 몸으..

관심사/시 2024.11.06

이것은 이해가 아니다 / 박규현 [2022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친애하는 메리에게나는 아직입니다 여기 있어요불연속적으로 눈이 흩날립니다 눈송이는 무를 수도 없이 여기저기 가 닿고요 파쇄기 속으로 종이를 밀어 넣으면 발치에 쌓이던 희디 흰 가루들 털어도 털어도손가락은 여전합니다사람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은 가장 보편적인 성격을 갖게 될 것입니다녹지 않으니까착하다고 말해도 되나요의심이 없을 때평범한 사람을 위해젖은 속눈썹 끝이 조금씩 얼어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극야로부터 멀어지고 싶고장갑을 끼지 않아 손가락이 아팠습니다 나에게도 손이 있다니 나무들을 베어 버릴 수 있을 만큼 화가 났습니다메리에게 답장을 씁니다천사 혹은 기원이 있을 곳으로 눈은 그칠 줄 모르고 눈밭에 글씨를 써도 잊혀지는 곳으로 우리가 전부여서 서로에게 끌려다니는 곳으로눅눅한 종이뭉치를 한 움..

관심사/시 2024.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