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사진 한 장 32

뒷짐 진 세월

오랜 세월 앞만 보고 부지런히 달려왔었다. 이루어 놓은 일도 이루지 못한 일도 많지만 모두 지난 일이다. 이젠 더 바랄 것도 바란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없다 젊은 시절 팽팽한 긴장으로 살아왔던 무거운 마음 내려놓고 여유있는 일상을 편안하게 살아간다. 잎사귀 모두 떨군 저 나무는 봄이 오면 다시 푸른 잎을 낼테지만 인생에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푸르고 싱싱한 나무 몇 그루 이미 키워 놓았으니 아쉬울 게 없다.

설레임

2023년 새해 첫날 해동용궁사에서 막내와 만나기로 했다. 아들, 며느리, 손녀와 함께 참배를 하고 조금 떨어진 혜광사, 오랑대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닷가 갯바위 위에 세워진 용왕당으로 갔다. 정초의 분위기라 그런지 기도를 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 갯바위 아래로 갈매기들이 해바라기를 하는 것처럼 몰려 있는데 다른 한켠에서 갈매기 두 마리가 앉아 있다. 조금 떨어진 거리, 외면하는 듯 모이는 모습이 마치 젊은이들이 서로를 만나는 처음 순간 수줍어 하는 모습 같다고 생각되어 재미있어 보였다.

겨울 텃밭

집 근처의 동네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창밖으로 텃밭에 심은 배추가 얼어서 시든 모습이 보였다. 추위에 얼어서 죽었다고 보아야 하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잔뜩 웅크리고 이겨내려는 모습인가?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궁금한 일이다. 살아가면서 견디기 힘든 혹독한 여건에 놓일 때가 있다.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쉬 무너지는 경우도 있고 최소한의 조건으로 버티면서 이겨내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는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도 있고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아픔도 있다. 내 의지가 강해서 이겨내고 내 의지가 약해서 무너진 것이라고 간단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도 내게 이겨나갈 용기를 갖게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고 남들이 보기에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

폐허가 된 절터를 지키는 나무

사람이 떠나도 나무는 남는다. 처음 뿌리내린 곳에서 사람보다 오래 살아야 하는 것이 나무의 운명이다. https://v.daum.net/v/20221227030106249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폐허가 된 절터를 지키는 나무 사람이 떠나도 나무는 남는다. 처음 뿌리내린 곳에서 사람보다 오래 살아야 하는 것이 나무의 운명이다. 가뭇없이 사라진 사람살이의 터전에서 옛사람의 자취를 찾는 데에 나무를 기준점으로 v.daum.net

새벽 경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생산지 어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가장 많은 액수의 경매품목은 단연 고등어다. 고등어의 최대 판매량도 역시 부산공동어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타지에서의 경매 비중이 높아진다는 소식이다. 부산공동어시장은 수산회사에서 근무했던 내 젊은 시절의 일터이기도 했다. 고등어를 가득 실은 운반선이 도착하면 늦은 저녁 하역을 시작해서 밤새 선원과 부녀회원들이 하역과 배열작업을 하고 꼭두새벽부터 경매가 시작되었다. 1980년대 말 어느 겨울 큰 행운이 따랐던 때에 우리 선단이 이틀만에 25억원이라는 기록적인 경매액을 올린 적도 있었다. 업무와 무관하게 남녀를 불문하고 전직원이 어시장에 나와서 기뻐하고 잔치음식을 만들어 작업자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선물하기도 했었다.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니 문득 옛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