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산 다래골 능금나무 아래에 소복이 쌓인 채 썩어가는 산능금 기다릴 사람도, 그리운 사람도 없는데자꾸 달아올라요. 送天江에 꽃그림자 흘려보내던능금꽃 필 때도 그랬어요.어느 날 느닷없이, 봄바람 부풀 대로 부풀어온천지 꿈틀꿈틀 움터올 때도쑥국새 소리에 설렜던걸요.밤마다, 먼 곳, 길 떠나는 꿈을 꾸었어요. 가을바람이 거두어가는 것, 아시지요?강물이 두어 발짝 물러서면, 어느새파랗게 질리도록 달음박질하는 하늘산은 또 그만큼 슬그머니 낮아져, 심심하게맨몸을 드러낸 나무들도 먼산바라기 하면혼자 설레는 가슴은 또 얼마나 부끄러운지요.이젠 가야겠어요.지난 한 철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