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자들만 모른 체하면신문은 이리저리 접히는 보자기,나는 신문이 언론일 때보다쓸쓸한 마른 보자기일 때가 좋다 그 신문지를 펼쳐놓고 일요일 오후가제 누에발톱을 툭툭 깍아 내놓을 때가 좋다 어느 날 삼천원 주고 산 춘란 몇 촉을그 활자의 만조백관들 위에 펼쳐놓고썩은 뿌리를 가다듬을 때의 초록이 좋다 예전에 파놓고 쓰지 않는 낙관 돌들이마에 붉은 인주를 묻혀흉흉한 사회면 기사에 붉은 장미꽃을가만히 눌러 피울 때가 좋다 아무래도 굴풋한 날 당신이푸줏간에서 끊어온 소고기 두어 근핏물이 밴 활자들 신문지 째로 건넬 때의 그 시장기가 좋다 이젠 신문 위에 당신 손 좀 올려보게손목부터 다섯 손가락 가만히 초록 사인펜으로 본떠놓고혼자일 때내 손을 가만히 거기 대보는 오후의 적막이 좋다 시집 〈그대를 바라는 일이 언덕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