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이 우물처럼 깊다고 말할 때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노래가 좋아질 때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은 받침을 물끄러미 볼 때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할 때소유를 자유로 바꾼 사람을 잊어버릴 때슬픔을 이기려고 꽃 속에 얼굴을 묻을 때목 놓은 바람 소리 나를 덮칠 때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애절한 가사를 쓸 때절망이 나를 키웠다고 고백할 때먼 것이 있어서 살아있다고 중얼거릴 때남의 고통 앞에 ‘우리’라는 말을 쓰고 후회할 때흰 구름으로 시름을 덮으려고 궁리할 때쓰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살기 위해 쓸 때나는 낯설다 -시집 〈몇 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 (2024) 중에서 존재의 불가피한 근원적 고독과 슬픔을 눈부신 서정의 언어로 승화시키는 순간들. 문득 앞만 보고 달려온 생을 뒤돌아보며 미처 따라오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