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시

치자꽃 지는 저녁 / 오민석

너럭바위 一石 2024. 7. 27. 19:27

 

 

치자꽃이 지는구나

치자꽃이 화장지처럼 구겨지다 마침내

비 뿌리는 저녁

어디 부를 노래도 남아 있지 않은

거리에서 당신은 당신일 뿐

이제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않고

아무도 과음하지 않는다

오직 몹쓸 詩人들만 남아

통음(痛飮)의 밤을 기다리는데

어리석은 자여, 이제 환멸도 잔치가 아니다

세상은 단정한 신사들의 것

누가 함부로 울어 이파리 하나 흔들리게 하리

희망은 버림받은 배들의 안주일 뿐

그 누가 남아 비애의 항구를 노래하리

푸르른 안개의 칼이여 길 건너

실비동태집에선 죽은 바다가 끓고 있다

당신은 이미 미아이므로

아무도 당신을 찾을 수 없다

 

- 오민석 시집 <그리운 명륜여인숙> 2015

 

 

 

1958년 충남 공주 출생.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시 당선,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 『그리운 명륜여인숙』 『기차는 오늘 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평론집 『몸-주체와 상처받음의 윤리』, 문학이론 연구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문학 연구서 『저항의 방식: 현대 캐나다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화 연구서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서 『아침 시: 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산문집 『경계에서의 글쓰기』 『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등을 출간했다.

부석 평론상, 단국문학상, 시와경계 문학상, 시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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