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흥미거리

모옌의 천기누설

너럭바위 一石 2023. 5. 22. 11:37

중국 소설가 모옌(왼쪽 사진)과 위화. 연합뉴스

보안이 철저해 매년 10월 수상자 발표 시즌이면 한바탕 결과 맞히기 도박판이 벌어지는 노벨문학상이지만 2012년은 예외였다. 발표 당일 오전부터 소설가 모옌(莫言·67)이 상을 탈 거란 정확한 관측이 돌았다. 중국 관영 CCTV의 '천기누설' 탓이었다. 노벨위원회에서 시상식 취재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사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떡하니 게시한 것. 중국 국적 작가의 첫 노벨문학상이란 경사는 초장부터 김이 샌 채로 치러졌다.

 

□ 이번엔 모옌 자신이 누설 당사자가 됐다. 이달 16일 상하이에서 후배 작가 위화(余華·63)의 중국 내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아무리 고민해도 축사가 안 써져서 챗GPT를 이용했다"고 털어놔 청중을 놀라게 했다. 박사과정 학생에게 위화와 관련한 몇 가지 키워드를 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한 홍콩 매체는 "모옌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글을 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첫 노벨상 수상 작가"라고 논평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는지 모옌은 그 자리에서 "내 소설은 모두 직접 쓴 것"이라고 강조했단다.

 

□ 자기 못지않게 거물 작가인 위화를 띄워주려 모옌이 학생에게 건넨 키워드 중 하나는 '발치'였다. 위화는 사회 초년병 시절 병원에서 이를 뽑는 일을 했다. 항간에 치과의사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냥 발치사였다. 어떤 에세이에서 그는 재활용하느라 바늘이 구부러진 주사기 때문에 어린 환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고 바늘을 평평하게 갈기 시작했고 그것이 '타인의 고통'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 계기였다고 썼다. 실제 만나보면 유쾌하고 겸손한 위화는 작가가 된 계기를 묻자 "그냥 병원일이 재미없었다"고 했다.

 

□ 중국에선 이번 일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챗GPT 서비스 대상국이 아니라서 모옌이나 학생이 무단 사용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챗GPT에 접속하려 가상사설망(VPN)을 썼다면 더 큰 문제다. VPN 사용은 정부 금지 행위로 벌금이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노작가의 신세계 경험에 호된 대가가 따르지 않길 바란다.

 

이훈성 논설위원 hs0213@hankookilbo.com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51921020001268?did=NA 

 

모옌의 천기누설

보안이 철저해 매년 10월 수상자 발표 시즌이면 한바탕 결과 맞히기 도박판이 벌어지는 노벨문학상이지만 2012년은 예외였다. 발표 당일 오전부터 소설가 모옌(莫言·67)이 상을 탈 거란 정확한 관

hankookilbo.com

 
 

'천기누설'된 노벨문학상 수상자 명단

입력2012.10.11. 오후 8:46
 

(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철통 같은 보안 유지로 유명한 노벨상 수상자가 사실상 미리 알려지는 이변이 연출됐다.

 

노벨상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공식적으로 후보자조차 발표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영국 등 세계 각국의 도박계에서는 노벨 수상자 선정 결과를 놓고 한바탕 '베팅' 판이 형성되기도 한다. 일례로 2006년 오르한 파무크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맞춰 유명해진 영국의 도박 사이트 래드브록스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모옌이 배당률 1, 2위를 다투고 있었다.

 

그러나 11일 오전부터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사실상 중국의 모옌(莫言·57)이 될 것이란 관측이 급속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천기'를 누설한 것은 중국 국영TVCCTV. CCTV는 이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을 통해 자사가 노벨위원회로부터 노벨 문학상 시상식 취재 요청을 받았다면서 공식 취재 요청을 받은 방송국은 전 세계에 3군데뿐이라고 공개했다.

 

중국 방송국이 노벨 문학상 취재 요청을 받았다는 점은 모옌의 수상이 사실상 확정됐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오전부터 이를 근거로 모옌의 수상이 유력하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세계 주요 외신들도 이 소식을 타전했다.

 

노벨위원회가 CCTV'보안 유지'를 당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례적으로 노벨 수상자가 사전에 노출된 셈이 된 것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5867210?sid=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