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단상

불일폭포

너럭바위 一石 2023. 3. 26. 10:05

가끔 안내산행을 따라 나선다.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먼 곳의 산을 찾아 가자면 산행기점까지 연결 차편을 찾아서 가는 것이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안내산행을 이용하면 산행기점까지 빠르게 편히 가고 산행을 마치면 편안하게 돌아 올 수 있다기 때문이다. 주말에 산행을 떠날 마음이 생기면 신문의 [등산 가이드]에 소개되어 있는 산행 중에서 가고 싶은 곳을 골라 미리 연락을 하고 참가한다.

 

여러 산행팀에 참가해보면 팀마다 색갈이 각기 다르다. 비교적 여유로운 산행을 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강행군을 하는 팀도 있다. 산행 코스를 자료로 만들어 나누어 주고 갈림길에서는 길을 잃지 않도록 표식을 남기는 친절한 팀도 있고 각자 알아서 정해진 시각까지 종착점에 도착하라며 자유 산행을 지향하는 팀도 있다.

 

지난 토요일에는 하동 쌍계사에서 출발해서 불일폭포를 지나 상불재까지 구간을 왕복하는 산행팀이 있어서 동참했다. 미리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지리산을 중점적으로 산행하는 팀이라 아주 반가웠다. 산행을 마치고는 주변 맛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하산주를 한다고 안내되어 있어서 더 좋았다.

 

알람을 설정해 두고 이른 아침 서둘러서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차에 차례차례 탑승하는 참가자들을 보니 대부분이 고정적인 회원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지난 산행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총무가 다가와 함께 산행을 할거냐고 물으면서 산행 중에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는 일도 있다는 얘기를 미리 해준다. 불가피한 경우라면 어쩔 수 없을 거라 이해했다. 

 

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주변에 화사하게 핀 꽃들이 많이 보인다. 언제 봄이 이렇게 다가왔는지 신기하다. 하동이 가가워지자 봄꽃들이 더욱 장관이다. 하동벚꽃축제는 다음주에 열린다는데 꽃은 벌써 화사하게 피었다. 벚꽃, 개나리에 동백까지 어우러진 그야말로 꽃세상이다. 산행이 아니라 아내와 함께 여유롭게 꽃구경을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쌍계사 입구에서 차를 내리자 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초입부터 산을 향하는 걸음이 매우 빠르다. "누가 쫒아오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급합니까?" 하고 가벼운 농담을 했다. 동네 사람들이나 다닐만한 한적한 샛길로 들어서더니 희미한 산길로 꺾어 들고 짐승들이나 다닐만한 거치른 코스로 이어진다. '어! 왜 이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속도가 아주 빠르다. 잠시 임도로 내리서더니 다시 희미한 샛길로 들어선다. "계속 이런 산행입니까?"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차에서 총무가 했던 이야기를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일행과 덜어져 혼자 다른 코스로 가겠다며 동행을 포기했다. 우선 이런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체력이 딸린다. 시간에 쫒기듯 허겁지겁 서두를 필요도 없다. 더구나 좋은 산길을 벗어나서 길이 아닌 곳을 헤쳐가면서 이렇게 거치른 산행을 굳이 해야할 이유가 없다. 주변을 살펴보니 희미하지만 사람들이 다니는 한적한 산길이 보인다 혼자 여유로운 산행을 했다.

 

스님들이 토굴이라 부르는 계곡 깊숙한 수행처까지 갔는데 더 이상 산으로 오르는 길을 찾지 못했다. 아마도 일행은 여기가 능선 방향으로 길을 만들 듯 올랐을 것이다. 무리하지 않겠다 마음먹고 쌍계사로 다시 내려와 불일폭포로 오르는 산길을 걸었다. 등산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불일암에 들러 참배를 하고 불일폭포로 내려갔다. 비가온 뒤라 물줄기가 시원하게 떨어져 내린다. 한참 넋을 놓고 쳐다보다가 약속된 쌍계사 입구로 돌아 내려왔다.

 

 

산행을 마친 일행들과 만나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 하동의 벚꽃을 보러  봄나들이 온 차들로 길은 거대한 주차장이 되었고 차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예약했던 식당까지 가기를 포기하고 찻길 옆 식당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은 뒤 차들이 조금 빠져나간 다음 다시 출발했다. 고속도로는 생각보다 흐름이 좋아 그리 늦지 않은 시각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꽃들이 화사하게 핀 봄날 나름대로 여유롭게 좋은 산행을 했다. 그리 긴 거리가 아니었는데도 다리가 뻐근하다. 앞으로도 계속 산행을 즐기려면 평소의 운동을 조금 효과적으로 해서 근력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산행계획에 대해서도 조금 신중해야 하겠다. 우선 금정산 코스를 다시 둘러보거나 영남알프스를 탐방하거나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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