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한시

乞食 / 陶渊明

너럭바위 一石 2023. 2. 24. 11:39

飢來驅我去, 不知竟何之.

行行至斯里, 叩門拙言辭.

主人解余意, 遺贈豈虛來.

談諧終日夕, 觴至輒傾杯.

情欣新知歡, 言詠遂賦詩.

感子漂母惠, 愧我非韓才.

銜戢知何謝, 冥報以相貽.

 

굶주림이 나를 밖으로 내몰지만, 어디로 가얄지 알 수 없구나.

걷고 또 걸어 도착한 이 마을, 대문 두드리고는 우물쭈물 말을 못한다.

주인이 내 마음 알아채고, 음식을 내왔으니 헛걸음은 아니로다.

종일토록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술이 나와 드디어 잔까지 기울인다.

새로 사람을 사귄 흐뭇한 마음, 말을 나누고 읊조리다 마침내 시까지 짓는다.

은혜 베푼 빨래터 아낙네처럼 그대가 고맙긴 해도, 韓信의 재능이 없으니 부끄럽구려.

어떻게 감사드릴지 마음속에 간직하고, 저승에 가서라도 꼭 갚아드리리.

 

흔연히 벼슬을 내던지고 자연으로 돌아간 도연명. 손수 농사도 짓고 이웃 농부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등 삶의 여유를 만끽하는 듯했다. 한데 어쩌다 지금은 양식 구걸에까지 나선 것일까. ‘궁핍 속에서 절개만을 굳게 지키며/추위와 주림은 싫도록 겪은’(‘음주16) 그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은자의 존엄과 고결함을 허무는 이 빈궁한 처지를 시로 옮기는 심사가 오죽 곤혹스러웠으랴. 상대에게 보은할 길이 없음을 자인해야 했기에 시인은 한고조 유방(劉邦)의 측근 한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한신이 굶주릴 때 빨래터 아낙네가 수일간 식사를 제공했고 후일 한신이 그 은혜를 후하게 보답했다는 이야기다. ‘저승에 가서라도 꼭 갚겠다는 다짐은 막다른 지경에 이른 시인의 유일한 해결책이자 자기 위안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연명의 충실한 계승자 왕유마저도 이 시에 대해서는 세상 물정을 외면한 채 큰 것을 망각하고 작은 것을 고수한탓이라며 못마땅해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https://v.daum.net/v/20230224030309685

 

막다른 골목에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1〉

굶주림이 나를 밖으로 내몰지만, 어디로 가얄지 알 수 없구나. 걷고 또 걸어 도착한 이 마을, 대문 두드리고는 우물쭈물 말을 못한다. 주인이 내 마음 알아채고, 음식을 내왔으니 헛걸음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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饥来驱我去不知竟何之

行行至斯里叩门拙言辞

主人解余意遗赠岂虚来

谈谐终日夕觞至辄倾杯

情欣新知欢言咏遂赋诗

感子漂母惠愧我非韩才

衔戢知何谢冥报以相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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