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시

지평선 / 김혜순

너럭바위 一石 2024. 8. 11. 00:09

누가 쪼개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 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놓았나
흰낮과 검은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김혜순(金惠順, 1955년~)
경상북도 울진에서 태어나 강원대학교 수학하다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시단에 등단했다. 1988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에 임용되었다. 
2019년 6월 6일(현지시간) 시집 《죽음의 자서전》 (영문제목 ‘Autobiography of Death’)으로 대한민국 최초로 캐나다 최고 권위의 그리핀 시문학상(Griffin Poetry Prize)을 수상했다.

 

https://ko.wikipedia.org/wiki/%EA%B9%80%ED%98%9C%EC%88%9C#%EC%8B%9C%EC%A7%91

 

 

 

김혜순의 시 : https://cookcookbummul.tistory.com/7892686

 

김혜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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