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디카시에 대하여

디카시의 언술은 왜, 5행 이내로 제한되는가

너럭바위 一石 2023. 8. 23. 10:03

기 필독 공지와 반복되는 점도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디카시의 언술은 왜, 5행 이내로 제한되는가"에 대해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말씀 드리는 것은 디카시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이 점에 대해서 많이들 궁금해 하시기 때문입니다.

 

디카시를 잘못 이해해서 디카시를 창작할 때 기계적으로 5행으로 언술하는 것이 맞는 줄 알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5행 이상으로 언술하기도 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각종 단체에서 디카시공모전을 시행하는데 있어 대부분 시적 언술을 5행 이내로 지키고 있지만 간혹 이에 벗어난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디카시가 왜, 언술을 5행 이내로 제한하는지를 잘 이해하셔서 디카시가 바른 방향으로 계속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덧붙입니다.

 

디카시의 언술은 왜, 5행 이내로 제한되는가

 

디카시는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쓰기의 도구로 활용한 디지털 시대의 최적화된 새로운 시입니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이나 형상, 영감을 스마트폰 내장 디카로 찍고 그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5행 이내로 짧게 시적으로 언술(이것은 디카시의 이상입니다. 가능하면 영상 포착과 시적 언술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좋지만 꼭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디카시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가령 사진을 찍어 놓고 시간이 지나서 그 찍을 때의 영감이 생생하게 살아나서 차후에 언술해도 문제는 없습니다.)해서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SNS를 활용 실시간 쌍방향 소통하는 것이, 디카시의 비전이요 이상입니다.

 

이것은 디카시가 디지털의 산물이요 디지털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디카시의 사진은 그 자체로 사진예술이 아니고 영상기호입니다. 디카시의 문자 역시 그 자체로 완결된 시가 아니고 문자기호입니다.

 

디카시는 영상기호와 문자기호, 즉 멀티 언어로 표현하는 극순간 예술입니다. 디카시에서 스마트폰 내장 디카로 포착하는 것은 일종의 날시(raw poem)로 아직 언어화 되지 않았을 뿐 날이미지를 넘어 거의 시의 몸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이미 영상기호는 많은 의미와 메시지를 표상하고 있습니다. 디카시의 문자 부분인 시적 언술이 일반 문자시처럼 길어질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영상기호에서 시의 절반은 완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디카시의 문자는 최소한의 언술만으로 족합니다.

 

디카시 지역 문예 운동이 내년이면 20주년이 됩니다. 오랜 디카시 논의와 창작 경험으로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의 디카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적 언술이 5행을 넘어서면 그 언술 스스로 완결성을 지닐 가능성도 있고 영상기호의 기능도 현저히 축소되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5행 이내의 언술로 자연스럽게 굳어지게 된 것입니다.  

 

시적 언술이 5행을 넘어서면 자연이나 사물에서 포착한 생생한 시적 영감보다는 시인 자신의 상상력이 과도하게 개입될 소지도 있습니다. 디카시는 가능하면 사물이나 자연이 주는 강렬한 영감 자체를 전경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2행이나 3행 혹은 1행만으로 디카시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디카시는 디지털 미디어의 속성을 활용하여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하는 호모스마트포노쿠스라는 신인류가 새롭게 창작하는 멀티 언어 예술입니다. 세계에서 제일 짧은 일본 하이쿠로도 생의 비의나 우주를 담아낼 수 있을진대, 디카시는 영상기호가 있기 때문에 하이쿠보다 언술이 더 길어질 이유도 없습니다.

 

2023. 6. 22

카페지기 이상옥

 

출처 : https://cafe.daum.net/dicapoetry/1aFT/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