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하늘에
저녁 일찍
별 하나 떴다
깜깜한 저녁이
어떻게 오나 보려고
집집마다 불이
어떻게 켜지나 보려고
자기가 저녁별인지도 모르고
저녁이 어떻게 오려나 보려고
송찬호 시인의 작품만 가지고 한 달 내내 글을 쓰라고 해도 쓸 수 있다. 올해의 모든 주에 그의 시만 가지고 칼럼을 쓰라면 기꺼이 쓸 것이다. 그의 시를 읽는 것은 큰 기쁨이 된다. 덕분에 나는 한 달 내내, 모든 주에 기쁘겠다.
어느 분께서 나에게 ‘갓생’을 산다고 말씀해 주셨다. 갓생이 무엇인지 찾아보니 계획적이고 열심히 사는 모범적 인간이라고 한다. 뜻을 찾아보고 고개를 숙인다. 나는 ‘갓생 인간’이 되기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 나는 이 시를 천천히 읽고 나서 오늘 저녁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 별을 따라 깜깜한 저녁이 어떻게 오나 살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녁별인지도 모르고 저녁을 들여다보는 저녁별 같은 사람을 찾고 싶다. 시를 직접 쓰지는 못해도 시를 읽으면서 내 삶을 읽어가고 싶다.
이번 설 연휴가 길다. 시간이 가난한 우리에게 조상들이 만들어 주신 설날은 감사하다. 그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리라. 그 시간을 세상을 밝히는 저녁별과 나누리라. 저녁별을 기다리는 나 자신과 나누리라. 그리고 송 시인의 모든 시집을 쌓아놓고 마음 두둑이 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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