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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미래 [펌]

너럭바위 一石 2025. 1. 23. 11:35

중국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합니다.” 2018년 방북한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을 거론했다고 회고록에 남겼다. 중국이 티베트, 신장처럼 한반도를 다루려 할 것이라는 반중 정서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미군을 침략자로 비난해 온 것과 배치되는데,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도 같은 취지로 언급했다. “철수 주장은 인민들의 감정을 달래기 위한 것이니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김 위원장은 통일 이후에도 평화 유지군 역할을 바란다는 뜻도 이미 미국에 전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계심을 풀기 위한 전략적 수사로도 읽힌다.

 

미군은 한때 인계철선(引繼鐵線, tripwire)으로 불렸다. 폭발물의 격발 장치에 연결된 철삿줄을 미군에 비유한 것이다. 북한 도발 시 전방의 미군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자동 참전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무력 충돌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미군 주둔은 공짜가 아니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무려 5배나 올린 50억 달러(우리 돈 7조 원대)를 요구했다. 2022년 한미 정상회담 때 일이다. “내가 사는 트럼프타워에는 LG TV만 있어요. 우리가 한국을 지키는 사이 한국은 TV를 팔아 무역적자를 안겨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반박했다. “LG TV, 텍사스에서 만드는 겁니다. 메이드 인 텍사스!” 트럼프의 기세는 누그러졌고 분담금은 소폭 인상으로 결론이 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취임식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해 파장이 크다. 북핵 용인을 조건으로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한하자는 군축 협상론자들이 행정부에 포진한 상황과 맞물린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주한미군이 북한이 아닌 중국 방어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북한 핵 무장 인정은 전력의 비대칭성을 초래한다. 주한미군을 방패 삼은 대북 억지 전략이 휴전 이후 73년째 유지됐지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미군 철수를 제외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할 수밖에 없게 됐다. 주한미군의 미래는 한국의 안보와 직결된다. 한국은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국익 앞에 여야,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있을 리 없다. ‘한국 패싱을 당하고, 적기를 놓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자주 국방과 한미 동맹의 새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

출처 :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5012218101564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