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각하게 하는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흉터] 중에서

너럭바위 一石 2025. 12. 3. 16:23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 역시 그렇다. 육하원칙은 다르지만 사랑하는 대상의 영원한 상실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마음에 같은 모양의 상처를 가지고 있고 또한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상처는 치유할 수 있는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우주에서는 그 무엇도 무한할 수 없으니까. 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 시간의 흐름 역시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매우 크고 깊은 상처라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아물어 간다.

 

그러나 완벽하게 회복된다는 뜻은 아니다. 반드시 흉터가 남기 때문에 모든 상처는 불가역적이다. 마음의 흉터는 피부의 주름과 같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에 주름이 늘어 가는 것처럼,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슬픔을 겪어 마음에 흉터가 하나둘 새겨진다. 누군가는 주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지만 누군가는 주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마음의 흉터도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숨기고 싶어하지만 누군가는 용기 내어 밖으로 꺼내 놓는다. 선택은 자유다. 화장으로 감추거나 수술로 제거해도 되고 감사하게도 삶은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가만히 마음을 더듬어 본다. 크고 작은 흉터들이 울퉁불퉁하게 만져진다. 꼭 슬픔의 흔적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했던 시간, 즐거웠던 추억, 사랑했던 대상의 흔적이기도 하니까. 옥이가 떠나고 생긴 크고 깊은 상처는 언제쯤 아물어 흉터가 될까. 이 흉터를 소중히 간직하려 한다. 그 무엇도 이 우주에서 무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소멸되지 않고 내 안에 계속 있으니까.

 

하태우 작가·사진가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 저자

 

출처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0207150005371?did=NA

 

흉터 : 상처가 아물고 남은 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