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시

조금새끼 / 강영환 (1951~)

너럭바위 一石 2025. 12. 3. 16:17

아버지가 그렇듯 나는 조금새끼다

물 때 맞춰 들어왔다 나간 배 한 척

어머니는 나를 가졌다

물때마다 조금새끼들은 갯벌을 뒹굴고

파도 따라 떠돌았다

 

두드려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빗장 걸린 문밖에 눈맞은 발자국과

발목 깊이 빠지는 갯벌 숨소리

문 안에는 높아지는 하늘이 있고

문밖에는 춤추는 바다가 들어있다

 

그물 속으로 투명한 아침이 온다

함께 바다로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동갑내 조금어른들이 있어

목까지 차오르는 갯벌을 마주보는

어미와 아비가 등 뒤에 서있다

 

갯벌 위로 밀려오는 바람은

물 높이에 멈춘 상처가 아문 뒤에도

조금 새끼들은 태어난다

어른이 되어서도 동갑끼리 놀려먹는

나는 춤추는 물결 아들이다

 

시집 무명에 기대어(2025) 중에서

 

    ‘조금은 달과 지구와 태양이 나란히 있을 때 나타나는 바다의 현상으로 조석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시기입니다. 이때 선원들은 출어를 포기하고 집에서 쉬는 경우가 많은데요. ‘조금새끼는 이 시기에 잉태되었다가 태어난 바닷가 아이들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단순히 출생 시기를 말하기보다는 망망대해에서 풍랑과 싸워야만 했던 아버지들의 삶을 품고 있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하루 두 번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바다가 이들의 또 다른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춤추는 물결의 아이들. 부르면 소금기가 묻어나는 아이들. 바다는 아버지를 데려다가 보름이 되어서야 돌려보내곤 했다는 어느 싯구가 있지만,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도 많다는 걸 생각하면 슬픈 이름이기도 합니다.         신정민 시인

'관심사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밈 / 김미령 (1975~)  (0) 2025.12.17
염장이 강 씨 / 이월춘  (0) 2025.12.05
가을 엽서 / 안도현  (0) 2025.12.02
해변의 전문가 / 손음(1964~)  (0) 2025.10.22
길 위에서 1 / 이병률(1967~)  (0) 20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