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육년 동안 구멍가게의 주인이었던 어머니 아버지는
가게를 정리하시며
따로 나가 사는 아들을 위해 따로 챙겨둔 물건을 건네신다
검은 봉지 속에는
칫솔 네 개
행주 네 장
때수건 한 장
구운 김 한 봉지
치르려 해도 값을 치를 수 없는 검은 봉지를 들고
흔들흔들 밤길을 걸었다
문 닫힌 가게 때문에 더 어두워진 거리는
이 빠진 자리처럼 검었다
검은 봉지가 무릎께를 스칠 때마다 검은 물이 스몄다
그늘이건 볕이건 허름하게나마 구멍 속에서 비벼진 시절이 가고
내 구멍가게의 주인공들에게서
마지막인 듯
터질 것처럼
구멍의 파편들이 가득 든 검은 봉지를 받았다
“이십육년 동안 구멍가게”를 하셨던 시인의 부모가 가게를 정리하면서 따로 챙겨둔 물건을 건넨다. 검은 봉지 안에는 칫솔, 행주, 때수건, 구운 김이 담겨 있다. 문 닫은 구멍가게는 “이 빠진 자리처럼 검”다. 시인은 검은 봉지를 들고 어두워진 거리를 걷는다. “봉지가 무릎께를 스칠 때마다 검은 물”이 시인의 가슴에 스며들어 깊은 고랑을 만든다. “검은 물”은 가게와 함께 흘러온 축축한 가족의 내력이자 생활의 다른 이름이다. 생활의 구멍은 점점 커졌지만, 시인의 가족은 희망의 빛들을 조금씩 늘려왔다.
구멍가게는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문턱이 닳도록 넘나들던 일상의 중요한 공간이었다. 전봇대의 전선이나 공중전화의 전화선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 주었다. 바람도 잠시 쉬었다 가던 구멍가게에서 “구멍의 파편들이 가득 든 검은 봉지”를 들고나오는 시인의 얼굴이 보인다. 동전 하나로도 희망을 주었던 “수고”한 구멍가게의 작은 불빛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반짝인다.
이설야 시인
출처 : https://www.khan.co.kr/article/202501192045025
이문구의 수필 〈일락서산, 공산토월〉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있다. "자신이 살던 시골을 찾았다. 시골을 찾자마자 깜짝 놀란다. 바로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의 추억의 장소이자 영물이었던 왕소나무는 온 데 간 데 없고, 그곳엔 외양간만한 슬레이트 지붕의 구멍가게 굴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구멍가게'는 어원이 무엇일까?
'가게'라는 말은 본래 한자어 '가가(假家)'에서 나온 말이다. '가가'라는 말은 제대로 지은 집이 아니라 임시로 지은 작은 가건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18세기의 〈동문유해(同文類解)〉에는 '가가(假家)'라는 말이 나오는데 '임시로 지은 집'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옛날 큰 시장에는 도매상격인 포목전이나 어물전 같은 전(廛)이 있었고 금은방 같은 점방이 있었다. 그리고 작은 길가나 마을 어귀에는 조그마한 가건물 '가가'를 짓고 거기서 생활필수품이나 과자 따위를 파는 작은 '가가'가 있었다. 이로 인하여 가가(假家)라는 말에서 '임시건물'이라는 의미는 없어지고 물건을 파는 상점을 가리키는 말로 변음이 되어 오늘의 '가게'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면 '구멍가게'에서 '구멍'은 무슨 뜻인가? '구멍'이라고 하는 것이 '쥐구멍이나 개구멍처럼 좁게 뚫린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구멍가게'라 하면 옹색하고 비좁은 작은 가게를 과장하여 말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구멍가게 (어원을 찾아 떠나는 세계문화여행(아시아편)
'관심사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손무덤 - 박노해 (1957~ ) (1) | 2025.01.20 |
|---|---|
|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1941 ~ 2022) (0) | 2025.01.20 |
| 야근 수당 / 정영태(1949~2005) (0) | 2025.01.15 |
| 모자이크 (0) | 2025.01.13 |
| 인연서설 / 문병란 (0) | 2025.01.10 |